한국 논고

함양군에서 만난 초등학교 선생님의 부친 사랑과 한국문화의 힘

‘<유교적 근대>로 본 동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의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조용호씨와의 만남

이번 주 초에는 경남 함양군 안의향교를 강의차 다녀왔습니다. 매년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성균관의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이 진행하는 유교아카데미 강좌입니다.

이곳 안의면은 한국 최초로 물레방아가 만들어진 곳으로 ‘물레방아의 고장’이라고 불립니다. 그 자리에는 지금 ‘연암 물레방아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원과 기념관이 들어서 있고, 큰 물레방아가 항상 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맑은 물이 풍부한 지역이고 물레방아가 깊은 초록빛 초목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안의면 마크에도 물레방아가 그려져 있는데, 매년 가을에는 ‘함양 물레방아골 축제’도 개최된다고 하더군요.

강의가 충효교육관이라는 건물에서 아침 9시부터였기 때문에 전날에 갔는데, 실은 제가 묵었던 곳이 이 ‘연암수차공원’ 바로 옆, 아름다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의 펜션 ‘용추산방’이었습니다. 이곳은 이번에 함께 갔던 제 한국인 친구의 아는 사람의 소유인데, 그야말로 ‘친구의 친구는 모두 친구’라는 느낌으로 무료로 묵게 해주셨고, 저녁에는 숯불에 구운 아주 맛있는 삼겹살까지 대접해 주셨습니다.

사실 이번에 여기서 처음 알게 된 분이 조용호 씨라는 초등학교 교사이신 40대 총각입니다. 이웃 함안군에 살고 교직을 하면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니고 계시고, 그 논문 때문에 제 친구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왔다는 것입니다. 제 친구는 충청남도 홍성군에 사는 유학자인데, 그는 같은 홍성군에 살았던 유학자 오석우의 저작 <격치요결>을 가지고 논문을 쓰신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그 책을 훑어 봤지만, 붓으로 쓰여진 한문이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서적입니다. 게다가 본인은 한자를 공부한 적도 없다고 하셔서, 지금 단계에서는 무엇이 쓰여져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격치요결’의 ‘격치’라는 말은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줄인 말인데, 일제 강점기에 정리된 실학 계통의 주자학 서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왜 한자도 읽을 수 없는데 그런 책을 연구 주제로 삼았는지 물었더니 대답은 아버지의 장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게다가 아버지 자신도 자신이 어떤 경위로 그 책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를 지금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한자를 처음부터 외워서 한국의 고전책을 한 권 연구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그야말로 한국인다운 심정 세계에 매우 놀랐습니다. 바로 아버지를 사모하는 심정만이 동기인 셈입니다. 물론 아버지에게는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소양이 있었던 것이고, 아들로서 지금은 아직 알 수 없는 그 아버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저도 복사본을 한 권 받아왔는데, 돌아오면서 조금 읽어보니 이것이 귀중한 연구 재료라는 것만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세계와 하나가 되고 싶은 아들의 탐구심이 어쩌면 앞으로 귀한 학술적 성과를 우리 역사에 남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을 동기로 업적 이룬 한국인

다음날 아침 그분도 제 강의를 들어주셨는데, 제 강의는 한국 문화가 유교를 중심으로 얼마나 ‘부모의 사랑’과 ‘자녀의 효’를 축으로 한 것인지를 일본 문화와의 비교에서 재조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강의 후 고속버스 시간이 있어서 바로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다음날 그분이 준 문자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선생님! 말씀 감사합니다. 제 삶이나 공부에 큰 도움되는 강의였습니다. 어제 친구와 막걸리를 마시면서 교수님 강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친구가 말하길 박경리나 이중섭도 그 작품의 동기가 그저 가족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어쩌면 어떤 일을 이루려는 동기를 그런 마음에서 시작하면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 저희의 몸에도 잘 맞고 일도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덕분에 논문을 쓸 동기와 에너지도 생기게 될 것 같습니다. 또 언젠가 가르침을 받응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장편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 작가입니다. 1926년생으로, 엄청난 독서량으로 유명하고, 일본 근대 문학을 그녀가 날카롭게 평한 문장에는 일본인인 저도 압도당하고 맙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쫓아내서 재혼해버려 어머니와 살면서 가끔 어머니 부탁으로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하러 갔다는 기억, 그 후에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 처지에도 동정하게 되는 등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하나의 문학적 동기가 되고 있다고도, <토지>의 ‘이홍’와 큰딸 ‘이상의’는 아버지와 자신을 그렸다고도 합니다. 게다가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감옥살이도 했던 남편이 6·25전쟁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후에 행방불명이 되고 비슷한 시기에 아들도 사고로 잃게 되면서, 그때의 엄청난 슬픔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쓰게 되고 소설가가 되었다고 본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한국의 고흐’ 이중섭은 북한 평안남도 태생으로 남북 분단 이후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며 격렬한 터치로 계속 고향에서 본 위엄 있는 소를 그렸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유학도 가고 유학시절에 연인 사이가 된 일본 여성 야마모토 마사코를 한국으로 불러 결혼도 하고 두 아이를 두었는데, 6·25전쟁으로 피난 생활을 하다가 자녀가 영양실조가 되고 부인도 결핵으로 피를 토해 어쩔 수 없이 처자만 일본으로 보냈습니다. 가족이 헤어지면서 이 기간에 일본 가족에게 쓴 그림 엽서가 유명하고, 그것이 정말 뜨거운 애정 표현이 넘쳐 따뜻해서 개인적으로는 같은 시기에 그린 소 그림보다 그의 심정을 대표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히 한국인은 ‘효’를 비롯한 가족 사랑을 동기로 했을 때에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역사에 남을 업적을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만난 조용호 씨 또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큰 업적을 이루는 인물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한편으로 그와 같은 훌륭한 남자가 독신으로 있다는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에 큰 의문과 슬픔을 품었습니다.

 

함양군으로 향하는 차창. 아름다운 하늘과 산과 물이 마음을 씻어줍니다.

안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물이 맑고 아름다운 곳이에요.

인사차 찾은 안의향교 충효교육관. 내일 아침에 여기서 강의를 합니다.

김경두 전교님. 안의면의 유도회 회장님이십니다.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기백산 국립공원에 들어갑니다.

자연의 한가운데에…

연암물방아공원이 있습니다.

가운데는 국내 최초로 이 땅에 물레방아를 만든 연암 박지원 상.

그 옆에는…

이 팔각정이 있고…

그 옆이 펜션 ‘용추산방’.

물레방아를 돌리는 아름다운 계곡물을 독차지하는 곳. 이 한여름에 추울 정도록 온도가 낮아요.

물이 적네요. 작년에 왔을 때는 물이 넘쳤는데.

여기에서 펜션 주인님이 맞이해 주시고, 커피 대접을 해 주십니다.

가운데가 펜션 주인님이고 왼쪽이 초등학교 교사 조용호 씨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어요.

펜션 건물은 여러 채 있습니다.

여기에 혼자 묵게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장작을 모아서 불을 붙이고 있어요.

바람을 보내는 펜션 주인님. 키가 크고 아주 잘생겼어요.

이 불이 가라앉고 숯 역할을 하게 된 다음에 고기를 구울 거예요.

삼겹살을 구웠어요.

숯도 몇 개 추가했어요.

구워진 삼겹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 맛입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받았습니다.

상추 종류도 듬뿍.

고기가 산처럼 있기 때문에 배부게 먹고, 조금 과식해 버렸네요.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자연 에어컨 때문에 선풍기도 필오 없이 잘 수 있었어요.

‘2024 유교 아카데미 강좌 개강’. 강의에 100명 정도 모여주셨습니다.

<격치요결> 목차입니다.

한일비교문화학 전문가/ 문화교류 코디네이터/ 한일미래하트탱크 대표/ 삼성인력개발원 주재원과정, 지역전문가과정, 글로벌과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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